쇼핑의 발견 #08

AUTUMN PERFUME

내일의 향

가을 공기를 물들이는 너의 향, 너와의 추억

계절의 변화는 햇살 묻은 공기의 향에서 알 수 있다고 했던가.

상큼하고 신선한 향이 주를 이룬 봄여름과는 달리
다소 무겁고 진지한 머스크, 바닐라, 엠버 등 부드럽고 묵직한 향으로 시작되는 가을의 향.

야생의 풀과 톡 쏘는 열매와의 조화, 대지의 광활하고 강인함을 품은 숲 내음,
풍요로운 시기를 대변하는 달콤한 과일 향과
따뜻한 햇살을 머금고 자란 꽃에서 난 플로럴 향까지.

만물이 영글어가는 계절답게 다채롭게 무르익은 온갖 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을 숲을 산책하는 듯한 차분하고 부드러운 우디 향과 관능적이면서도 기품 있는 머스크 향은 가을을 대표하는 향이라 불릴 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넛맥 에센스, 홍차 추출물, 시더우드 오일을 믹스해 따뜻한 무드를 살린 향조와 장미, 재스민, 아이리스, 뮈게 등 화려한 꽃 향을 섞은 향, 그리고 암브레트, 프랑킨센스(올리바넘), 미르, 레더 등 중후하고 지속력 강한 베이스 노트를 어우른 향 등 머스크와 우디는 그 범위를 규정지을 수 없을 정도. 선선한 가을바람을 타고 흐르는 따뜻하고 관능적인 향기, 가을 오후를 품은 머스크 향은 특유의 부드럽고 따듯한 느낌으로 각 브랜드마다 대표 향수를 선보이고 있다.
그중 식물성 머스크 암브레트와 오리엔탈 플로럴 향이 어우러진 바이레도의 ‘모하비 고스트’를 빼놓을 수 없다. 모하비 고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중 하나인 모하비 사막에서 피는 귀하고 아름다운 오리엔탈 플로럴 향을 담은 향수로, 머스크와 플로럴의 조화로 색다른 가을 향을 발산한다.
반면, 니치 향수 브랜드 메모 파리의 ‘케두’ 역시 가을을 위한 향이다. 사방에 과일이 주렁주렁 달린 울창한 열대의 숲을 헤치고 지나가는 듯한 자몽 향의 탑노트를 시작으로 네롤리와 프리지어 향이 고개를 내밀다 어느 순간 고소한 듯 쌉싸래한 참깨 앱솔루트 향으로 변하며 화이트 머스크가 전체적인 향을 하나로 감싸듯 잡아주며 마무리된다.
향수 뿌리는 행위를 꿈꿔온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여정과 같다고 얘기한 메모 파리의 창립자 몰로이 부부처럼 이제 향수로 가을 여행을 떠날 시간, 깊이 있고 성숙하면서도 은은하고 포근한 향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 때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달콤함에 굶주렸던 이들은 마음껏 단내를 드러낸다. 가을 제철 과일과 무화과, 각종 베리류의 단맛 강한 프루티 향에 꿀, 코코넛, 마시멜로, 바닐라 등 달달한 향을 믹스하여 나만의 독특한 향을 연출한다. 익숙한 꽃 향에 그치지 않고 다채롭게 변주되어 반전을 선사하는 플로럴 역시 가을의 풍요로움을 담는다.
바닐라, 프랄린, 샌들우드의 온화함을 덧입어 피부에 포근함을 남기는 플로럴 파우더 향은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벗고 젠더리스의 대표 아이콘이 되었을 정도. 여기에 샌들우드, 시더우드, 토바코, 레더의 그윽한 향과 페퍼민트, 로즈메리, 세이지 같은 허브 녹차 향은 너른 들판에서 바람을 타고 온 싱그러운 어스 이미지로 쓸쓸함과 덧없음에 축 처질 수 있는 가을날의 우울한 심상을 한층 청신하게 해줘 각광받고 있다.
이처럼 일 년의 첫 수확처럼 즐겁고 달콤한 향, 어두워져 가는 숲 그림자를 담은 고요한 향, 대지를 비추는 햇빛처럼 따사로운 향 등 공기 속에 퍼지는 가을 내음은 그 빛깔만큼이나 다채롭다.

어느 새벽, 선득한 공기를 타고 가을은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푸르른 하늘, 선명한 햇살, 신선한 공기.

가을의 청량함이 서늘함으로 변해가는 이때, 마음 깊숙이 따뜻함을 채워줄 향수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해보자.
낮은 온도와 습도 덕에 향기의 지속 시간이 길어지는 가을, 부드러운 베일로 온몸을 감싼 것처럼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더해줄 힐링의 묘약이 되어줄 테니까.
짙은 가을의 감성과 무드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향수 하나만으로도 더욱 특별해지는 하루, 다양하게 쏟아져 나온 향수 퍼레이드에 ‘어떤 제품을 선택하면 좋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면, 여기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가을 향을 참고해볼 것.